64. 쪽- 목을 길게 빼 한유란의 눈가에 살짝 입 맞추고 떨어졌다. 한유란의 눈가에 옅은 경련이 일었다. 그 경련이 사랑스러웠다. 이 가벼운 입맞춤이 한유란의 흥분을 건드린다는 사실이 즐거웠다.
63.
62. 앞으로 정서린 얼굴을 어떻게 봐. 아니, 그 전에 한유란 얼굴은 볼 수 있어? 미치겠네. 오늘 느낀 수치심은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았다. 이게 수습이 되긴 하나? 이대로 가루가 되어 날려 가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무릎 위에 팔을 얹어 얼굴을 파묻었다. 그때 한유란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달리 벌떡 일어난 건지 툭툭 옷 터는 소리와 목소리가 연...
61. 새빨간 목덜미에서 시선을 뗐다. 제법 먼 줄 알았던 한유란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한 손으로 목덜미를 가린 채 날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허공에 떠 있는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 가며 봤다. 나도 한유란이 그러는 것처럼 한유란이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목덜미와 내 손끝을 번갈아 가며 봤다.
60. 웃음이 튀어나오자마자 나는 급속 냉동된 고기처럼 웃는 얼굴 그대로 얼어버렸다. 내가 고집스레 쥐고 당겼던 고무줄 끝을 잠깐의 방심으로 손에서 놓쳐버린 것 같았다. 정면에 있는 한유란도 굳은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놓친 고무줄에 얻어맞기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날 보고 있었다. 민망하게.
59. 찬 바람이 뺨을 할퀴고 머리카락을 헝클었지만, 머리 안에서 절절 끓는 열은 도무지 식질 않았다. 무작정 앞만 보며 걸었다. 관광지라 갈 곳도 많고, 돌아볼 곳도 많았지만 어디든 발을 멈추고 머무를 마음이 들지 않아 계속 떠돌았다. 발끝의 감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귓바퀴도 터질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리가 무거웠다. 그런데도 귓가에 남은 목소리는...
58. 한유란은 진한 머스크향과 함께 완벽한 차림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57. “도착했습니다. 여기가 아난타라 뉴욕 펠리스 호텔이에요. 정말 멋진 곳이죠.” 택시가 멈추고 기사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창 너머로 고풍스러운 건물이 보였다. 아난타라 뉴욕 펠리스. 여기에 한유란이 묵고 있다고 했다.
56. 선뜻 이해할 수 없어서 멈칫거리자 여자가 정말 놀란 얼굴로 설명을 이어갔다.
55. “안녕하세요. 아까 전화 받으신 분이시죠?” 여자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를 향해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54.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한유란 쪽으로 몸을 던지다시피 다가가 한유란의 어깨를 건드리는 찰나, 한유란의 목소리가 힘없이 흘러나왔다. “나, 너무 무서워서 그랬어요.” 바보처럼 서서 한유란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한유란의 머리와 어깨가 잔물결처럼 부드럽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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