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일이 왜 이렇게 됐지? 나는 와인잔의 스템을 잡아 안에 든 붉은 와인을 빤히 내려다봤다. 영롱한 색 위에 둥둥 뜬 내 얼굴이 유난히 흐리멍덩해 보였다.
52. 앨리스는 이번에도 말문이 막힌 나를 들여다보며 묵묵히 기다렸다. 재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내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기다릴 테니까 답해 달라는 압박이 느껴졌다. 나는 결국 입술을 뗐다.
51.
50. “후우- 안녕. 반갑지 않은 성추행범 씨.” 노골적인 불만을 한숨에 섞어 내보낸 한유란은 느릿하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그제야 폐에 갇혔던 숨이 뻑뻑하게 흘러나오며 굳은 몸이 살짝 풀렸다. 어깻죽지 아래에서 쿡쿡 쑤시는 통증이 슬그머니 피어오른다. 이 정도면 환상통에 가깝지 않나, 싶다. “근데, 그 성추행범 타이틀, 방금 스토커 씨한테 빼앗길 ...
49. “그리고 저 여자는 왜 자꾸 여운 씨를 껴안고 그래요? 손버릇이 너무 나쁜 거 같아요.”
48. 앨리스의 질문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나는 순순히 대답했다.
47.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향이 엄마를 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생긋 웃었다. 향이 엄마 역시 초조한 기색을 숨기며 웃어 보였다. “응. 잘 다녀와.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하고.” “알았어요. 아, 그리고 저 아마 늦을 거예요. 저 기다리지 말고 두 분이 맛있는 거 드세요.” 이왕 데이트하는 거니까 즐기자고 마음먹었다. 저녁 먹고 술도 한잔하자고 할...
46. 내가 웃자 앨리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그래도 괜찮아요. 나는 나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한다. 그러더니 덧붙였다. “게다가 나도 눈이 꽤 높아요. 그러니까 여운을 눈에 담았지. 여운 너무 예뻐.” 낯간지러운 말을 부끄럼 없이 늘어놓는 모양은 또 얼마나 능청스러운지. “특히 지금처럼 웃을 때.”
45.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걸 눈치챘구나. 다행이다. 이상한 오해 같은 건 안 해서. 그런데 마음이 왜 이렇게 술렁거리지? 멀미라도 하는 것처럼.
44.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앨리스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강한 힘에 팔뚝이 잡힌 채 뒤로 당겨졌다. 힘을 뺐던 상체가 저항 없이 기우뚱 뒤로 넘어갔고, 어, 어, 하는 사이에 앨리스가 멀어지고 하늘이 보였다. 이대로 추락하면 머리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허리가 두 동강 날 참이었다. 소리 지를 틈도 없었다. 무겁게 추락하는 느낌에 눈만 질끈 감았다. “여...
43. “앨리스?” 내가 멍하니 이름을 부르자 앨리스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요. 앨리스. 아직 내 이름 안 잊어버렸네요. 좋다. 여운 오늘은 산책이 좀 늦었네요?” “음. 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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